본 글은 중앙일보 기사를 발췌하였습니다.

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18872483  (주기중기자)

 

내 사진 한 장의 값은 얼마나 될까.
 DB를 정리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다. 예술작품은 ‘부르는 게 값’이라지만 어디 그런가. 부르는 대로 팔린다면야 부자 되는 건 시간 문제다. 객관적으로 사진 값을 매기는 기준은 뭘까.
 가장 좋은 것은 권위 있는 경매시장에서 팔리거나 유명 갤러리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그 가격이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전업작가가 아니어서 아직 사진을 팔겠다는 생각도, 팔아 본 적도 없다. 아, 딱 한번 있다. 2년 전 내가 속해 있던 페이스북 사진그룹에서 그룹전을 할 때다. 꽤 높은 가격으로 사진을 팔았지만 지인이 신세를 많이 졌다며 구입해 준 것이다. 그러니 객관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몇 차례 더 있지만 회사에서 개최한 CEO사진전에서 팔린 인물사진이니 내 주머니와 관계없다. 논외로 치자. 아마도 전업작가 상위 1%를 제외하면 전시회를 열고 사진을 구입해 가는 사람은 대개 가족이나 친지 등 아는 사람들이 구입해 가는 경우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진시장은 많이 왜곡 돼 있다. 카메라 산업 시장은 세계에서 선두권을 다투지만 사진 시장은 아주 미미하다. 활성화 되지도 않았고, 질서도 잡혀 있지 않다. 왜 그럴까. 문제는 사진 가격이다. 또 사진은 ‘공짜’라는 사회적인 인식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수백만원 짜리 카메라에는 주머니를 열면서 ‘사진은 공짜’ 라니 참 환장할 노릇이다. 그러나 사진가들이 아무리 악을 써도 시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그렇다면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 바보 같은 생각인지 모르지만 ‘작품’이 아니라 ‘제품’이라 생각하고 시장원리를 도입해 보자. 내가 전업작가라 가정하고 사진 한 장의 원가를 계산해 보자.
 
 첫째, 먼저 프린트와 액자 가격이다. 전시에 자주 나오는 60X80cm 정도면 약 20만원 정도 든다. 2주간 전시를 할 경우 임대료와 부대비용이 약 1천 만원 정도 나온다고 치자. 50장을 걸 경우 1/n로 나누면 장당 20만원 꼴이다. 합이 40만원이다.
 
 둘째, 촬영에 드는 실비다. 풍경관련 사진을 주로 하는 나의 경우는 2-3번 나가면 전시에 쓸 만한 사진 한 두 장 건진다. 나갈 때 마다 1박2일이 기본이다. ‘서울-대전 거리’ 라고 가정하면 교통비(기름값)가 약 10만원 든다. 또 숙박비와 식비를 합치면 약 10만원. 한번 나갈 때 마다 최소 20만원이 든다. 한번 나가서, 전시에 쓸 사진 한 장 건진다고 쳐서 그렇다.
 
 셋째, 일당도 포함해야 한다. 하루 10만원을 잡자. 전업작가가 사진으로 하루 평균 10만원 벌면 대단한 거다. 1박2일이면 20만원이다. 물론 날씨 봐가면서 집에서 대기하는 날은 뺐다(대기수당도 달라!^^).
 
 넷째, 카메라 장비가격도 만만치 않다. 카메라, 렌즈, 스트로보, 삼각대, 컴퓨터, 사진전용 모니터, 메모리, 하드디스크….. 이뿐인가. 자동차도 험로를 많이 다니니 3년만 타면 똥값 된다. 전부 다 비싼 것들이다. 메인 카메라 최소 2대와 렌즈 4-5개 가격만도 2천 만원이 훌쩍 넘는다. 카메라(바디), 컴퓨터 교체 주기는 3년이다. 3년 만에 바디 두 개와 컴퓨터, 약 1,000만원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카메라 수리비도 만만치 않다. 없는 살림에 눈 튀어 나온다. 이것 저것 합치면 매일 1만원이상을 쓰는 셈이다. 1년에 전시 두 번, 약 100장의 사진을 시장에 내 놓는다고 치면 한 장 당 약 3만원이 장비 값으로 나간다.
 
 자 그럼 합을 내 보자. 1+2+3+4항=40만+20만+20만+3만=83만원이다. 계산이 제대로 된 건지 모르겠다. 나는 평생을 월급쟁이로 살아서 이런 식의 셈법이 서툴다. 더 포함돼야 할 것이 있으면 알려주시라.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게 아니다.
 이문 없는 장사는 없다. 1장당 원가 83만원 짜리에 얼마를 더 붙여야 할까. 작품성이 관건이다. 물론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이런저런 작가의 경력 등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사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00% 쯤 붙여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부르는 값이 166만원이 된다. 일년 두 차례 전시사진 100장을 완판하면 1억6600만원이다.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다. 연봉으로 따지면8천300만원이 된다. 50장을 팔면 4천150 만원이 수익이다. 강사비, 원고료 등 부대 수익을 감안하면 1년에 166만원 짜리 사진 50장은 팔아야 그럭저럭 체면 유지하며 살 수 있다. 연 수입이 이정도 되는 전업 사진가가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전업 사진가의 생계비를 계산하자고 이 얘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사진의 판매방식의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서다. 사진의 장점이자 단점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에디션이라는 것이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사진가들의 전시회를 가 보면 대개 에디션을 5-10장 정도 제한한다. 그 이상은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에 맞게 가격을 매긴다. 희소가치, 재산가치를 염두에 두고 만든 제도다. 조각이나 판화도 비슷한 판매 방식을 취한다. 에디션 제도는 작가와 고객간의 신뢰가 뒷받침 돼 있다. 작가는 에디션을 목숨처럼 지켜야 한다. 자신과 또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에디션을 100장으로 늘이면 어떻게 될까. 위에서 얘기한 사진 한장의 값 166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자. 직접비용인 액자와 프린트 값 20만원은 직접 경비니 더 낮출 수가 없다. 전시회 경비 1/n인 20만원은 100으로 나누면 2000원이니 무시하자. 어쨌거나 사진가는 146만원을 더 받으면 남는 장사다. 에디션 100장이 ‘완판’ 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사진 한 장이 값이 21만4600원으로 떨어진다. 액자 크기를 줄이면 10만원 이하로 값을 낮출 수도 있다.


  자, 사진 한 장에 166만원 받고 파는 것과 21만4600원을 받고 100장을 파는 것 중에 어떤 옵션이 사진가에 유리할까. 물론 다른 옵션도 있다. 에디션이 5장 이라면 한장에 약 50만원이 되고, 10장이라면 약 31만원이다. 당신이 사진가라면 어느 옵션을 택할 것인가. ‘팔포(팔기를 포기함)’를 각오하고 버틸 것인가, 아니면 전시 경비라도 건질 것인가. “사진 값이 몸값”이라는 속설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진가들은 ‘팔포’를 각오한다. 그러나 사진을 구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대개 에디션 100장 중의 하나를 선택하리라고 본다. 왠 만한 경제력을 갖추지 않으면 사진 한 장에 166만원을 주고 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전을 한다면 에디션 100장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모든 사진을 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지금껏 찍어서 블로그나 SNS에 공개했을 때 가장 많이 ‘좋아요’를 받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한 사진 10장 중 5장을 골라서 에디션을 100으로 하고 부담없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하겠다. 아니 에디션을 없애버릴 것이다. 내 사진을 집에 걸어놓고 매일 사진을 보며 힐링이 되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 가치를 사겠다. 나는 이 방식이 사진시장의 질서를 헤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가까이 다가가려는 사진가의 겸손한 자세가 아닐까. 그리고 캠페인을 벌이겠다.

 “집들이 선물은 사진으로!”

 내 의견에 동의하는 사진가가 있다면 앞으로 블로그나 SNS에 사진을 올릴 때 말미에 “집들이 선물은 사진으로!”라는 캠페인 구호를 붙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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